나의 정체 by A5





'성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움찔하고 만다.
이것은 취향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내 안에 내재된 것들이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이야기 하기에 앞서 이것이 얼마나 깊은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몇가지 물음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마조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다. 지켜보고 관찰한다고 해서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보다 더 본능적인 이야기 이다.

누군가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정해진 이름들에 자신이 귀속되기를 원한다. 일종의 유대감 형성이나, 타인에게 그 정해진 이름대로 보여지고 싶은 이미지 구현의 욕망으로 인함이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동성에 조금 호감을 가져본 적이 있다고 해서 본인을 자칭 '바이섹슈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바이는 어떤 느낌인가? 오픈 마인드, 자유로운 영혼, 특별함, 신비감... 개개인이 가지는 생각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매료되어 스스로를 그렇게 분류하기로 결정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어릴 적 "나는 펀드매니저가 될거야!" 하는 것과 같은 심리인지도 모른다. 펀드매니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음 어딘가 멋져보이는데? 하고는.

마조가 그런 느낌인가? 주인에게 종속되어 좀더 가련하고 막 대해지는, 상당히 야릇하고 잘 모르는 세계에 특별한 무엇이 된 느낌인가? 그래서 자칭 마조라고 하는건가. 실제로 이상성애자, 즉 성 도착증으로 분류되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그 정도에 따라 새디스트다 혹은 매저키스트다 라고 판명될 수 있지만, 그 척도는 아직까지 공인된 사실이 없다. 단지 그러한 양상을 띈다던지, 성도착증의 견해가 보인다던지. 다만, 소위 말하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자칭 마조네 섭이네 키네 그러한 이름을 정한다는 것 뿐.

그러한 이름들을 빌리자면, 나는 성향적으로는 마조이며 스팽키에 가장 가깝고 개발된 섭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공부해야한다. 마조가 무엇인지, 왜 이런 것인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나서 우리가 가고 싶은 방향과 가야 할 방향에 따라 자신을 단련하고 이것을 도와줄 마스터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마조 성향을 뱀파이어에 비유한다.
처음 뱀파이어가 되면 그 힘이 막강해지고 자아 컨트롤 능력이 현저하게 낮다고 한다.
이것 저것 아무거나 피를 빨아먹고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든 말든 가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면의 억제된 욕망이 한꺼번에 분출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마조도 마찬가지로 처음 플레이를 하거나 자신의 성향을 완전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당장에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 가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관심받기를 원한다.
에세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결국 주변에 꼬인 많은 자칭 마스터들 중에 하나를 골라 빠져드는 것이다.
이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마조들이 알고 있기를 바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본능과 내면에 관한일은 연애보다 위험하고 달콤하다.
하물며 일반적인 연애조차 썸을 타고 밀당을 하고 머리를 써가며 신중하게 고르는데
어째서 그보다 더 위험하고 더 중요한, 내가 섬길 주인은 좀 더 신중하지 못한가.
나는 몇살이고 키는 몇이고 몸매는 어떻고 마조다. 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마치
나는 후배위를 좋아하고 노콘을 선호하는 여자인데 남자친구를 구한다고 말하는 것과 정녕 뭐가 다른가.

마스터는 마조를 알아본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건데 마조도 마스터를 알아본다.
어중이떠중이 인지, 아니면 정말 내가 꼼짝 못할 꽤 괜찮은 마스터인지는 본능적으로 알게된다.
당신이 경험이 있든 없든 막론하고 말이다.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다,
본능은 본능만이 알아볼 수 있다고.

당신이 어설픈 선택을 한다면
첫째. 당신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참고만 살아서 욕불에 시달려 컨트롤이 안되는 마조이거나
둘째. 마조가 아니다. 그저 에스엠을 한번 해보고 싶은 호기심 천국일뿐.

전자라면 상당히 위험하고 후자라면 여전히 위험하다.
그러니 반드시 신중해야만 한다.

나는 십대에 나의 정체를 확실히 알았다. 인정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몇 해가 흘러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나를 완전히 인정했다. 그리고 마스터를 만났다.
나는 운이 꽤 좋은 편이다. 그러나 누구나 운이 좋지는 않다.
나 또한 많은 착오의 과정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마조가 아닌가, 마조인가 하는 고민들을 다시 겪었다.
그래서 다시금 나를 관찰해보려 한다. 나의 상태와 나의 생각과 나의 내면과 본능에 대해서.

이것은 야릇한 이야기에 대한 블로그가 아니다.
이것은 좀더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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